머리에 해파리를 쓴 사람들
「.」를 들은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인상이 깊게 남아, 곡에 관한 경험과 감상을 남겨보려고 한다.
처음 감상했을 때는 이야기가 무섭고, 영상미가 아주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곡은 공중을 떠다니는 해파리를 이야기한다. 어디에서 왔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밖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헬멧을 쓰고 있다. 전봇대보다 높게 나는 해파리는 사람의 머리에 달라붙어 두개골을 녹이고 뇌를 먹는다. 먹잇감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가 떨어뜨리고, 그 수를 늘려간다.
PV는 전체적으로 도트풍이다. 왼쪽에는 드럼의 박자가, 위쪽에는 음의 높낮이가 표시되는 등 음악과 영상이 아주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한편, 가운데에서는 캐릭터와 인공물이 귀엽게 그려져 있다. 특히 곡의 후반부에서 실외기, 정지 표지판, 파이론 등의 인공물이 통통 튀는 듯한 연출은 보는 재미가 아주 강하다.
이 곡의 뒷면을 발견했다고 느꼈던 때는 군대에서 사격 훈련이 있었던 날이었다. 방탄모가 유난히 머리를 눌러 아팠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를 타자마자 방탄모를 벗어 버렸다. 그 헬멧의 형상을 멍하니 바라보던 중 문득 해파리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 곡이 다시 생각났다. 해파리가 사람의 머리에 달라붙어, 고통스럽게 잡아먹는 모습이 떠올랐다. 내 머리에 달라붙어 있었던 이 방탄모는 사실 그 해파리였을까? 헬멧을 쓴 사람과 머리에 해파리가 달라붙은 사람은 그다지 다르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러한 경험 이후, 나는 이 곡에 나온 해파리를 안전모로, 해파리가 머리에 붙은 사람을 안전모를 쓴 작업자로 해석해보고 싶었다. 억지처럼 들릴 수는 있지만, 나의 해석은 해파리에 관한 가사의 묘사와 어느 정도 겹치는 점이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청백색은 사실 반사 테이프가 붙은 안전모였고, 작은 갓과 긴 다리, 전체적으로 사람 정도의 크기였던 그 해파리는 사실 안전모를 쓴 사람을 본 것이었을까. 해파리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것은, 작업 중 안타깝게 추락하는 장면과 연관이 있을까. 이러한 해석은 가사와 크게 배치되지 않으면서도 처음의 괴물 이야기와는 다른 종류의 공포를 열어준다고 생각한다.
공사장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또는 전장을 생각하여도 좋다.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의 주변에는 낙하물 또는 발사체가 날아다니고, 공기는 소음과 굉음으로 채워져 있고, 위험을 알리는 표지와 장치가 잔뜩 서 있다. 이곳에서는 헬멧을 쓰지 않으면, 언젠가는 확실하게 머리가 부서지게 될 것만 같다. 헬멧을 쓴다고 하여 완전히 보호되는 것도 아니지만.
해파리와 달리, 이곳은 누가 만들었는지 전혀 모르는 세계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곳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돌아가는 대신 헬멧을 쓰고 그곳으로 들어간다. 어쩌면 해파리의 공포는 헬멧 그 자체가 아니라, 헬멧이 상징하는 공간의 공포, 그곳으로 들어가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공포인 것이 아닐까.
물론 이 해석이 곡의 숨겨진 의미를 읽어냈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에서 이야기하는 머리 위를 감싼 그 하나의 모습이 두 가지 의미를 가지는 것만 같았다. 하나는 두개골을 보호하는 헬멧, 다른 하나는 두개골을 녹이는 위험한 해파리. 둘이 얼마나 다르게 보이고, 얼마나 다른 것일까?
처음에는 해파리가 무서웠다. 지금은 그저 바깥이 무섭다. 해파리가 날아다니는 바깥이. 헬멧을 써야만 머리를 지킬 수 있는 바깥이. 내가 쓴 게 무엇인지 생각이 잘 나지 않게 되는 바깥이.